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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 온 가을을 감싸준 첼로 선율..그리고 다시 배성우첼리스트 배성우, 예당 IBK챔버홀에서 두 번째 독주회[예술의전당=송영한 기자]저녁이 지나면 아침이 오듯이 비록 더디게 왔지만, 가을은 우리 곁으로 왔고, 역대급 무더위를 식혀주는 반가운 가을바람을 타고 첼리스트 배성우가 2년 만에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
2년 전 늦가을 프랭크 브리지(Frank Bridge)와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 그리고 베토벤(Beethoven, Ludwig van)과 그리그(Edvard Grieg)의 작품을 들고 늦은 귀국보고를 했던 첼리스트 배성우는 지난 10월 2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두 번째 독주회를 가졌다.(사진)
이든예술기획이 주최하고 선화예술고등학교ㆍ연세대학교 음악대학ㆍ독일 에센 폴크방 국립음대ㆍ독일 쾰른 국립음대 동문회 등 모교 동문회에서 후원한 이날 콘서트에서 배성우는 소울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김재원과 함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와 리하르트 슈트라우트(Richard Strauss) 그리고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의 곡을 차례로 연주했다.
2년 전 앙코르곡인 라흐마니노프의 유일한 첼로 소나타 (Cello Sonata in G Minor, Op.19)의 선율이 아직도 귓가에 아련한데 첫 곡이 다시 라흐마니노프라니, 이것은 우연의 일치인가?
라흐마니노프의 두 개의 소품(2 Pieces, Op. 2)은 부드럽고 섬세하지만, 결코 중후한 힘을 잃지 않은 프렐류드와 처음 들어도 낯설지 않은 느낌의 선율인 동양풍 무곡(Danse Orientale)을 연주했다. 작곡가의 동양에 대한 동경을 동양인의 연주자가 동양인 특유의 내재 된 감성으로 재현해 감동을 주었다.
첫 곡으로 관객들을 귀를 예열시킨 배성우는 두 번째 곡으로 슈트라우스의 첼로 소나타(F Major, Op. 6)를 연주했다.
활기찬 피아노 반주와 함께 울려 퍼진 낭만주의 특유의 서정성, 그리고 피아노와 대화하는 듯한 선율과 힘찬 리듬이 펼쳐진 1악장, 너무 느리지 않은 안정된 빠르기(Andante Ma Non Troppo)의 리듬에 커버 된 유려하고 고요한 감상적인 선율로 시작해 기승전결로 마무리 된 2악장, 생동감 넘치는 빠르기에 화려하고 역동적인 피날레를 장식한 3악장을 모두 연주하는 동안 배성우는 혼신의 연주와 몸짓으로 관객들을 음악의 심연에 빠트렸다.
인터미션에 이어 진행된 2부에서 배성우는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의 첼로 소나타(C Major, Op. 119)를 연주했다.
프로코피예프 후기 작품인 이 소나타 역시 서정적이고 고요한 선율인 1악장에 이어 밝고 경쾌한 분위기에 스케르초 형식의 기교적이고 독창적인 리듬이 전개된 2악장, 그리고 빠르고 역동적인 리듬에 강렬한 에너지가 첼리스트와 피아니스트 두 ‘소울 파트너’의 조화로 극대화되어 25분여 연주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커튼콜을 받은 배성우가 선사한 앙코르는 메인 프로그램으로 연주해도 손색이 없는 런링타임이 11분여나 되는 탱고의 거장 아스트로 피아졸라(Ástor Piazzolla)의 위대한 탱고(Le Grand Tango) 였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왈츠로 클래식의 한 장르를 열었듯이 아르헨티나 출신의 피아졸라는 역시 탱고로 또 한 장르를 개척한 인물이다.
특히 ‘위대한 탱고’는 피아졸라가 배성우가 사사한 조영창의 교수의 스승인 당대 최고의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Mstislav Rostropovich)’에게 헌정한 작품으로 사제 3대에 걸친 인연이 있는 곡이다.
이 곡은 우리가 익히 아는 ‘리베로 탱고’와는 또 다른, 잘게 부수어진 듯한 탱고 리듬에 온화하고 따스한 느낌의 선율이 색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의 곡이다.
배성우는 연주 전 홍보영상의 ‘밸런스게임’에서 ‘무대 위에서 감정 제어 못하기’보다 ‘무대 위에서 아무 감정을 못 느끼기’를 선택했다. 그는 그 이유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면 컨트롤이 흐트러져 좋은 연주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배성우는 이 앙코르곡 연주에서 완벽한 테크닉과 폭발하는 감성이 완벽하게 양립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관객들로서는 메인디시 이후의 디저트타임에 다시 메인디시가 나와 음악적 포식을 누린 셈이다.
물론 아이스크림 한 스푼 정도의 달콤한 디저트가 아쉬운 분들도 계시겠지만....
요즘 화제인 음식경연프로그램에서 한 심사위원은 “아직까지 음식에 90점 이상을 줘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나머지 10%는 발전과 새로운 창조의 영역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어떠한 음악 장르에도 귀속시키지 않으려 하는 첼리스트 배성우...
“소리에 대한 높은 음악적 재능으로 한순간 모두를 몰입시킬 수 있는 음악가”라는 평을 받는 이 젊은 첼리스트가 나머지 10%의 영역을 어떻게 채워갈지 기대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 가을 보내고 또 다음 가을을 기다릴 것이다.
[배성우 PROFILE]
첼리스트 배성우는 선화예술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 후, 연세대학교 음악대학에 진학해 재학 중 세계적 첼리스트인 조영창의 권유로 도독, 조영창을 사사하며 독일 Essen Folkwang 국립음대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첼로 전공으로는 최초로 Konzertexamen과정에 입학하여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여러 음악축제와 마스터클래스에서 David Geringas, Lynn Harrell, Pieter Wispelwey, Steven Isserlis, Sol Gabetta, Fabio Bidini, Andreas Reiner, Dirk Mommertz 등 세계적 음악가들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실내악에도 관심이 많아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 특별상을 비롯하여 쾰른 국립음대에서 실내악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소리에 대한 높은 음악적 재능으로 한순간 모두를 몰입시킬 수 있는 음악가”라는 평을 받는 첼리스트 배성우는 A. Rubinstein International Competition 1위, London Grand International Competition 1위, N.R.W Vituosen von Morgern Audition 1위 등으로 입상하였고, Yehudi Menuhin 장학재단과 Villa Musica 장학생으로 활동하며 유럽 Intercontinental 그룹 초청 독주회, Köln W.D.R 방송국 실황 독주회, 마리아 칼라스 홀 초청 독주회 등 여러 독주와 실내악 무대를 비롯하여 2022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귀국 독주회를 전석 유료 관객 매진시키며 연주하였고 이듬해 금호아트홀에서는 첼로를 위한 바로크 음악과 함께 국내 최정상의 재즈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Baroque and Blue’라는 테마의 독주회를 성공적으로 소화해내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솔리스트로서 뒤스부르크 필하모닉, 본 필하모닉, 도르트문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 오케스트라들과의 협연은 물론 대관령 음악제에서 앙상블블랭크와의 협연, 또 일찍이 선화예고 정기연주회,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오케스트라의 솔리스트로도 선발되어 협연했다.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어떠한 음악 장르에도 귀속시키지 않으려 하는 그는 대전시립교향악단, 천안시립교향악단, 춘천시립교향악단,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 한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여러 오케스트라의 객원수석을 역임하였고 혁신적인 현대음악 단체 ‘앙상블블랭크’와 Chamber Music Society ‘라운드테이블’의 첼리스트,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의 첼리스트 대역을 비롯하여 라이브러리 컴퍼니의 위클래식 소속 솔리스트와 수석 첼리스트로서도 최고 수준의 연주를 보여주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작권자 ⓒ 메타TV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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